잠자리에 들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. 잠이 들기 전까지 반드시 거쳐야하는 코스. 너가 꿈나라를 여행하려면 이 정도 잡고민과 잡생각쯤은 해두어야 해. 그렇지 않으면 너는 잠들 수 없어, 영원히. 라고 누군가 선을 그어두운 것 같다.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 동안 생각하는 시간 보다, 잠들기 전에 드는 생각이 훨씬 더 많고, 머리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.
50/50을 보았다.
너로파이브로사코마 슈와노마(Neurofibrosarcoma Schwannoma)이라는 말하기도, 외우기도조차 어려운 희귀병에 걸린 주인공. 긴 이름일 수록, 살아남기 힘들다.는 관습(?)이 암환자들에게는 있다.
나는 희귀병 환자다. 의사들이 내게 ‘당신은 희귀병입니다'라고 선언한 것은 아니다. 하지만, 그들은 내 병의 원인도, 치료 방법도, 모른다. 이건, 희귀병이라고 말만 안할 뿐이지 엄연한 희귀병이다.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스스로 나는 희귀병을 가진 사람이라고 선언한다. 병명. 병명이 무슨 소용이겠냐만은, 병명조차 모르는 나는 광활하고 불안한 우주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. 의사에게 병명을 선언받는다면 내 기분이 조금은 편해지려나. 병의 이름을 안다고 뭐해? 그 병은 내 증상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도 않고, 그냥 의사들과 의학계의 편의에 따라 붙여진 이름일 뿐이라고, 나는 생각한다. 모든 병들도 비슷한 것 같다.
나는 그러니까, 조금은 의욕을 잃은 것 같다. 간절함? 이 필요한지, 아닌지도 모르겠다.
내가 죽는 상상을 해본다. 엄마가 죽는 상상. 눈물이 난다. 너무 슬프다.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에 있어서 어려움이 덜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. 죽음은, 그냥 죽음이다. 영원한건 세상에 없다. 있다가 없고, 없다가 있는 것. 생명이 있는 것들은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.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치이다.